여행

스무 살 무렵, 제 4시험을 통과한 후 무작정 여행을 떠났을 때엔 고생에 살이 쏙 빠질 정도였다. 그러던 중 경비가 떨어져 빈대를 붙게 된 집에서 가볍게 작은 공연을 선물하고, 반응이 꽤 좋자 아예 사람을 모아 마법 공연을 했더란다. 그리젤이 몰두해온, 실용성은 떨어질지언정 시각적 만족도만은 높은 마법들이 도움이 된 순간이었다. 공연이 있는 날이면 마법으로 출입문 앞에 크게 꽃을 피웠는데 처음의 사향장미ㅡ그날 꽃 시장에서 가장 비쌌던 모종ㅡ가 이후 트레이드마크로 굳어졌다. 방문객들에게 꽃을 하나씩 들려보낸 것이 홍보효과가 되었고, 덕분에 같은 레퍼토리의 연극이 며칠은 이어질 수 있었다. 이후로는 식당 등을 빌려 공연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여행을 지속해나갔다. 그렇게 돈이 없으면 벌고, 있으면 쓰는 식의 경제관념이 자리잡게 된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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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젤 도노반과의 만남

모웬 만큼의 너른 풍족함은 없으나 날것 같은 활기가 있는 파누이는 그리젤의 마음에 썩 드는 곳이었다. 오래 머물 것을 예감하고 띄엄띄엄 공연을 하거나 단기적인 고용으로 생활비를 벌던 차, 모젤 도노반을 만난다. 불혹을 갓 넘긴 나이의 신사는 본디 모웰 출신으로 젊은 날의 결혼이 사별로 끝나자 파누이로 건너와 귀금속 브랜드 모젤Moselle을 운영하고 있었다. 슬슬 모웬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던 때 우연히 그리젤의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, 그에게 뮤즈라는 이름으로 시즌에 함께하기를 권한다. 그리젤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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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웬 예술가들과의 만남

다행스럽게도 모젤과 그리젤의 데뷔는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. 그와 함께 그리젤의 지난 행적에 대한 이야기도 떠돌게 되는데, 그리젤이 연극의 플롯 삼았던 이야기책의 작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불쾌함과 호기심을 안고 그리젤을 찾아온다. 만남 후 작가는 그를 꽤 마음에 들어 하며 젊은 예술가 모임과 다리를 놓아주었으며, 그리젤은 그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한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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귀부와인 <Grizell>

공교롭게도 그리젤이 모웬의 예술계와 접한 시기와 맞물려 와인 <그리젤>이 파티에 소개된다. 평소 지역에서 출하되던 것보다 귀부포도의 배율을 높인 라인으로, 당도가 매우 높아 와인셀러에서 십수 년의 숙성기간을 거친 뒤였다. 우연하게도 같은 이름에 달콤한 웃음을 지닌 그리젤이었으니, 몇몇은 새로이 친분을 다지게 된 젊은 마법사에 대한 친애의 표시로 장난을 섞어 그를 노블롯noblerot 아가씨라 부르기도 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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약혼

피스포터 로우드

지금의 예비 약혼자로 모웬에서 나고 자란 병약한 느낌의 도련님. 그리 알려지지 않은 소설가이자 부유한 가문의 둘째로 젊은 예술가 모임에서 만났다.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사이가 좋다.